"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를 못 믿겠다" 판사 게시판에 올라온 성토의 글

입력 2020-01-16 10:40   수정 2020-01-16 11:00



"수사권조정안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 그 법안이 만들어질 때, 패스트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나.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다. 저는 이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 검찰 가족 여러분, 그깟 인사나 보직에 연연하지 말라. 봉건적인 명(命)에는 거역하라. 우리는 민주시민이다."

강도높은 검찰 개혁 및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여온 문재인 청와대가 헌법과 법률을 노골적으로 짓밟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을 펴낸 김웅(50·사법연수원 29기) 검사가 14일 사의를 표명하며 "‘검찰 개혁’이라는 프레임과 구호만 난무했지, 국민이 이 제도 아래에서 어떤 취급을 당하게 되는지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한 데 이어 판사 전용 익명 게시판에도 청와대의 압수 수색 거부를 "위헌, 위법"이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법조계 인사들은 "법원과 검찰, 진보와 보수를 떠나 '문재인 청와대가 헌법과 법률을 노골적으로 짓밟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전현직 교수 6094명은 문 대통령의 캐치 프레이즈를 빗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짓의 나라'라는 구호로 "여러 세대의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쌓아 올린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경제, 외교, 국방, 민생, 교육 정책의 성과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시국선언을 하고 나섰다.



◆ 판사 게시판 "다음엔 구속영장도 불응할 건가"

판사들 전용 익명 게시판 '이판사판'에는 청와대의 압수 수색 영장 집행 거부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판사는 "(청와대가) 영장에 불응하고 앞으로도 이런 이유로 계속 영장 집행을 거부한다면 위헌, 위법한 행동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청와대의 압수 수색 영장 불응이야말로 법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나중엔 구속영장도 불응한다고 하겠다"는 글도 있었다.

청와대가 '검찰이 어떤 자료를 압수하겠다는 것인지 영장에 구체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도 비판이 나왔다. 한 판사는 "청와대를 압수 수색하는데 영장전담 법관이 기초적인 대상 특정도 안 하다니. 구차한 주장. 대단히 웃긴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판사는 "조국 사태 이후 청와대를 못 믿겠다. 지금 검사들은 수사 절차 적정성에 모든 신경을 쓰고 있는데 수긍하기 어렵다"는 글을 올렸다.

청와대는 검찰이 제시한 압수 대상 '상세 목록'은 검찰이 임의로 만든 것이어서 '위법적'이라고 했다. 한 판사는 "압수 수색 영장은 불특정이라고 거부, (검찰이 추후) 상세 특정하니까 법원이 한 게 아니라고 거부. 말은 화려하지만 본질은 그냥 영장 거부"라고 썼다.

청와대가 "국가 보안시설인 청와대는 압수 수색이 불가능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형사소송법에는 청와대라 하더라도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이거나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 경우'가 아니라면 압수 수색을 거부하지 못하게 돼 있다. 한 판사는 "지금 (청와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할 우려가 있어 (압수 수색을) 거부하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법조계에서는 압수 수색 대상이었던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앞서 청와대는 압수수색 불발 이후 검찰이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밝힌 '상세목록'을 두고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영장과 무관하게 작성된 목록"이라며 "위법한 수사에 협조할 수 없었다"고 입장을 냈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서 적법하게 특정해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영장 제시 당시에는 상세목록을 제시하지 않았다. 수 시간이 지난 이후에 상세목록이라는 걸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판단을 거친 영장과 관련이 없는 임의로 작성된 상세목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겠다는 건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라고 판단한다"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영장 내용 일부를 언급하면서 "(영장에) '본건 범죄혐의와 관련한 범행 계획, 공모, 경과가 기재된 문건'이라고 압수할 문건 항목에 기재를 시켜놨다"고 전했다.

이어 "통상 이런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는 한 명일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문건이라고 특정하지 않아도 (압수수색) 범위가 나오지만, 이번 검찰이 제시한 영장에는 피의자가 18명으로 적시돼있었다"며 "그 18명 중 누구에 대해서, 어떤 사건에 대해서인지를 특정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모든 자료들을 달라고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협조하려고 했으나 할 수가 없었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장 선거 관련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0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실 산하 자치발전비서관실을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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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청원’ 공문 반송 논란…靑-인권위 진실게임?

이밖에도 청와대는 ‘조국 장관 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인권 침해를 조사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두고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공문을 발송했다가 취소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는 15일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공문 발송 소동, 청와대와 인권위의 자성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독립 기구인 인권위에 공문을 통해 사실상 ‘지시’를 한 청와대와 이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인권위를 모두 비판했다.


인권단체들은 성명에서 “인권위는 누구의 간섭이나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인권기구”라며 “인권위는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하는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권위에 국민 청원을 전달하는 공문이 발송된 자체만으로 인권위의 독립성이 침해된 것”이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보내며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지시’로 보이게끔 조치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단순 해프닝으로 처리하고 넘어가려 한다면 시민사회의 강력한 비판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청원 내용을 담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국가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압력 행사’ 논란이 일자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접수된 청원 내용을 인권위에 전달한 것일 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청와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7일 협조 공문을 보냈고 9일에는 이첩 공문이 발송됐으며, 9일 보낸 공문은 실수로 발송된 것이라 당일 인권위에 취소.폐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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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대통령 "조국 겪은 고초만으로 아주 큰 마음의 빚" 발언 논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의 유무죄는 수사나 재판 과정을 통해 밝혀질 일이지만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미 조국 전 장관의 고초 그것만으로도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조국 장관을 놓아달라. 앞으로 유무죄는 재판결과에 맡기고 그 문제 갈등을 이제 끝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공정성 논란은 가열됐다.

정계 안팎에서는 "조국에게 마음의 빚 졌다는 문 대통령, 국민 마음에 진 빚은 안 느껴지는지 되묻고 싶다(하태경 새로운 보수당 책임대표)", "문재인이라는 분이 과연 대통령이라는 '공직'을 맡기에 과연 적합한 분이었는가 하는 근본적 회의를 갖게 한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은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강조했지만 2020년에는 "검찰 수사권이 존중돼야 하듯이 장관과 대통령의 인사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8일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 하명수사와 조국 일가를 수사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모두 좌천시켰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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